피자 참 좋아하는데 이렇게까지 거대한 시장일줄이야…. 미국 전역에 걸쳐서 피자가게는 대략 7만 5천개가 넘고 마켓 사이즈는 $45B정도. 이 중 3만 5천개는 대형 체인. 4만개는 개인 가게. 글로벌한 피자 체인점들과 독립적인 중소규모의 피자가게들은 파이 안에서 한조각이라도 더 팔기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고.
대형 체인의 한 지점이 월 매출 $800K을 만든다고 할 때, 온라인 주문은 $430K, 오프라인 주문은 $370K정도의 비율로 나온다고 한다. 인재도 있고 자금도 있으니 회사 시스템에 테크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모두가 잘 아는 도미노 피자의 경우, 온라인 주문- 모바일 앱 -디지털 결제 등 일찍 테크에 눈을 떴고 지난 10년간 주가 수익률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을 제꼈다. 피자가 기술을 이길줄은 몰랐음. 매번 먹기만하고 주식 볼 생각은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ㅋㅋ
개인 피자점들은? 2000년 초부터 중순까지 20%가 넘는 시장 지분을 잃었다. 비용도 줄이고 지점 수도 줄이고. 대형 체인점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디지털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효과적으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매출은? 메이저 체인점에 비해 절반정도인 $440K. 그중 온라인 주문은 $20K, 오프라인 주문은 $420K로 테크를 제대로, 빠르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생 피자만 만든 안토니오 아저씨에게
앱 결제 시스템은 너무 어려운게 아닌가 싶다.
슬라이스의 창업자 셀라는 작은 피자 가게를 하던 집안에서 자랐고 대형 브랜드들과 힘들게 싸우며 tech-savvy하지 못한 내부 운영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다. CS 전공후 작은 테크 회사를 차려 7억정도에 매각한 셀라는 본인이 가장 잘 아는 피자 시장을 다음 목표로 삼았고 소규모 피자 가게들의 디지털화를 꿈꾸며 MyPizza를 시작했음. (현 슬라이스)
2010년 친척과 친구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이 피자가게 소프트웨어는 뉴욕에서 빠르게 퍼졌고 2015년 450억원이 넘는 거래액을 달성했다. 슬라이스를 활용하면서 가게들의 평균 주문 가격이 $18에서 $30으로 올랐다고 하는데 난 이런거에서 배울게 많다고 생각함.
돈 어떻게 하면 많이 벌까?
1. 니치로 가야 돈을 많이 번다. 이전편에도 썼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 안하는 곳에서 돈이 넘쳐흐르는 경우가 많다. 피자 가게 소프트웨어라니? 갸우뚱하다면 생각해보자. 한국이야 워낙 모바일 환경이 좋으니까 당연하겠거니 하지만 한국만큼 빠르게 기술을 활용하고 치열하게 고도화하는 나라는 몇군데 없다. 그래서 나가보면 평소에 당연하게 사용하던게 없는 경우가 많다. 한국 창업자가 외국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공하는 경우도 자주 들었고.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안하고 있는 곳에서 미국에서 working한 모델만 가져와도 크게 성공한다. Grab, Lazada, Wolt도 현지화 하나로 엄청 성공했다.
슬라이스의 경우도 비슷하다. 돋보기 안경쓰고 겨우 한자씩 읽어나가는 Boomer 사장님들에게 모바일 주문은 너무 복잡한 일. 슬라이스 도입 후 주문이 홍수처럼 밀려오고 신나게 피자 반죽 만드는 알렉산드로 사장님의 미소를 떠올려보자.
빠르게, 저렴하게, 더 많이? 이렇게 시작하면 일단 uphill battle. 변별력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니까.
다르게 하면…? 일단 눈이 간다. 9명의 피자가게 사장님들이 종이와 계산기를 만지고 있을때 슬라이스 쓰는 사장님이 떡하니 나타나서 아이패드로 버튼 좀 누르고 주문 몇백불어치 받는다면?
디지털화가 덜 이뤄진 곳에서는 기본만 잘해도 크게 성장할 수 있다.
2.소프트웨어의 기본은 3개다. 돈을 벌어주거나, 시간을 아껴주거나, 돈을 지켜주거나.
$1M을 벌고 싶다면….
1.간편한 세일즈 기능으로 $10M의 가치를 주거나
2.빠른 데이터 정리로 1년을 아껴주거나
3.규제 또는 세금을 한번에 해결해주거나 등등
지금 Fortune 500에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전부 3개중 1개를 끝내주게 잘하고 있다. 2개를 잘하든지.
슬라이스는 고객당 평균 주문 가격을 $18에서 $30로 올려줬다. 이 한가지를 잘해서 성공한거고. 분야가 피자가 아니라 오일, 가스, 시멘트, 제약, 화학 이런쪽이었으면 훨씬 더 크게 금전적으로 성공했을거고.
핵심에 집중하자. 비즈니스의 기본은 돈을 버는 것. 슬라이스와 같은 B2B SaaS는 B2C보다 문제 해결 과정에 직접 개입해서 도와주는 제품이 많기 때문에 성향과 잘 맞다. 그래서 자주 찾아보는 편이고.
그리고 돈을 벌기도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한다. $10 쓰는 소비자에게 $100 내라고 하면 구매전환은 0%에 가까워진다. $80 쓰는 사장님이나 세일즈팀에게 $100 내라고 하면 대부분은 기꺼이 낸다. 시간을 아껴주든, 돈을 더 벌어다주든, 고객 경험이 좋든. 어떤 이유든 합리적이라면 프리미엄을 지불하는데 서슴치 않는다. 엔터프라이즈라면 더 많이 낼 의향이 있을테고.
커다란 니치 마켓에다가, 돈을 더 벌어다주는 소프트웨어인 슬라이스는 어쩌면 처음부터 성공할 여건을 갖추고 시작한게 아닐까 싶다.
물론 타이밍도 좋았지. 지금이야 POS, online ordering 이런건 평준화가 됐으니까. 우버잇츠, 도어대쉬, 츄나우, 토스트 등등 경쟁사도 많고.
운이 좋다? 뭐…중요하긴 한데 잘하면 알아서 오는거라고 생각한다.
Luck = Number of trials. Size of luck = Leverage of trials.
아 마케팅. 자동차에 배너를 붙이고 피자가게 앞에다 주차해뒀다고 한다. ㅋㅋㅋ 직접 뛰는 일이지만 엄청 효과적이었겠지. 사장님이 못봤더라도 직원이나 단골고객이 보고 이야기해줄수 있을테니까.
이후에 슬라이스는 온라인 주문, 웹사이트 빌더, 마케팅 서비스 등을 추가로 출시하며 소규모 피자 체인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고객을 모으고 관리시켜주고, 운영을 효율적으로 도와주고, 업무플로우를 현대화시켰다.
그리고 슬라이스 2022년 매출은 무려 1500억원을 넘겼다. 이래도 과연 작은가? 피자 단일 시장으로만 이정도 규모가 나와서 좀 충격먹긴했음.
본인이 베팅하는 시장이 비효율적이고 파편화되어있다면,
규모가 꽤 크지만 힘들고 거칠기 때문에 아무도 안하고 있다면,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슬라이스의 성공 또한 거기서부터 시작했고
구독자 또한 슬라이스 못지 않게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