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준수와 보안.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누구도 선뜻 하고싶지 않은 재미없는 일. 그렇다. 이런 일은 경쟁은 적고 큰 돈이 된다는 이야기. 여기에 기꺼이 소매걷고 나선 Vanta라는 회사가 있음.
Vanta는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SOC 2, HIPAA, ISO 27001, PCI 및 GDPR 규정 준수 인증 프로세스를 자동화 해주는 소프트웨어 회사. 여기 정말 야무지게 크고 있음. 21년 150억. 지금은 1500억 연반복매출.
B2B SaaS에서 Compliance & Security 소프트웨어로 카테고리 킬러가 된 Vanta의 시작은 우리 모두의 어느 시점과 매우 유사했다. 0에서 1로 가는 일이 프로덕트-마켓-핏을 찾아가는 일이라면 Vanta의 창업자 Christina Cacioppo는 -1에서 0에서 가는 과정. 즉, 내가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는 과정을 겪었다.
유니슨스퀘어벤처스에서 2년 일하며 수백명의 창업자를 만난 CC는 퇴사 후 2년동안 코딩을 배우며 30개 넘는 프로젝트를 만들었음. 그 중 하나를 작게 엑싯하다가 Dropbox에서 잡오퍼를 받았고.
CC는 Dropbox에서 Google Doc같은 제품 Dropbox Paper를 만드는 PM이 됐고 이때 Vanta를 시작하게 되는 문제를 발견한다. 시작은 SOC2.
SOC2는 회사가 개인정보를 얼마나 잘 보안해서 관리하는지 평가하는 가이드라인. 해외 소프트웨어 웹사이트 하단에 SOC2 마크가 붙어있으면서 어쩌구 저쩌구 쓰여져있으면 아! 이 회사는 고객 정보를 안전하게 잘 다루는구나! 하면 된다. 특정 산업에서는 이 마크가 붙어있는지 확인하는 고객들도 있으니 해당 산업의 b2b 소프트웨어 회사 입장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보면 될 듯.
문제는? 이거 검증 받는데 당시 기간은 대략 1년. 꾸준하게 리소스도 필요함.
2016년 퇴사후 CC는 dropbox에서 만난 공동창업자와 함께 길고도 메뉴얼한 이 규정 준수 및 보안 과정을 자동화하기 위해서 계속 문제를 파고 들었다. 처음 들은 말은 “회사마다 성격과 절차가 다른데 어떻게 규정-보안을 규격화하고 자동화하느냐“는 피드백. 그래서 Figma, Segment, Front 세 곳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처음 선보인건 스프레드시트와 메뉴얼한 백엔드 운영.
이때 CC는 일부러 코딩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짐. 그래서 잠재고객들의 기대치를 시작부터 낮췄다고 한다. 어떻게 했느냐.
두개의 간단한 form을 만들었고 거기에 잠재고객이 AWS 정보를 기입하면 두명의 공동창업자는 해당 정보로 관련 데이터를 찾아서 레포트를 쓰고 다음 날 보내줬다고함.
1.“이제 시작해서 소프트웨어가 조금 느려요. 내일까지 공유가능합니다.“라고 우선 입부터 털어둔다.
2.고객이 정보를 주면 불나게 관련 인사이트를 찾아서 레포트를 만든다.
3.단순한 정보 기입만 했을 뿐인 고객은 다음날 끝내주는 레포트를 받게된다.
이게 Vanta의 첫버전. 정말 끝내준다. 0에서 0.01로 가는 과정이랄까.
코딩 어떻게 해요? 제품만드는데 6개월,12개월 이상 걸려요. 엉엉 울지말고 아이디어가 있음 Vanta처럼 방법을 찾자. 고객이 정말 필요하면 엑셀파일+자피어도 흔쾌히 쓰게 되어있음. 그리고 아주 아주 단순한 기능부터 시작해서 고객들과 기대치를 낮추고 시작한게 난 너무 너무 잘했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함.
이후 CC는 아주 가벼운 툴을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뿌렸다. 그리고 이때 실제 물어본 질문 리스트.
What did I give you? What is Vanta? Was it useful? Why? What is an expensive price?
What is a reasonable price? What is a prohibitively expensive price?
1.내가 뭘 줬냐? - 본인이 제품의 용도를 정의하지 않고 고객이 써보면서 받은 가치를 우선했다.
2.Vanta는 뭐야? - 오늘날까지도 수백개의 초창기 회사들이 저지르는 실수. 우리는 이런저런 회사입니다~하는점인데, 난 회사는 고객이 정한다고 생각함. 어설프게 브랜딩부터 하지말고 고객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면 귀가 뚫린다. 본인이 저 질문에 답을 했는데 혹시 창업자가 안색이 바뀌거나 기분나쁜 표정을 하면 가능하면 손절하자. 예술성이 강하거나 Ego가 큰 사람일테니.
3.쓸모있었냐? 왜? - 여기에 성실하게 답을 줄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복받은거같다. 오랜 구독자중에도 나같이 기술에 호기심 많은 타입이 잠재 고객이고 피드백이 필요하다 싶으면 이메일 환영.
4. 얼마면 비싼거야? 얼마면 합리적이야? 얼마면 과하게 비싼거야? - 잠재고객으로부터 시장가격을 먼저 받아두니 이후 테스트할일이 많이 줄었을듯. 이건 개인적으로 호불호갈릴 수 있는 전략이라고 봄.
몇주후 답을 나누면서 CC는 충격을 먹었다고 전해짐. “Drop-the-phone moment“
고객들은 $10,000 이상 지불하겠다고 했고 CC는 이런 엉망진창인 웹사이트에 그만큼이나 돈을 쓰겠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에 충격을 먹었음. (이런 순간들 덕분에 사업하는 사람들은 즐거운게 아닐까 싶다.)
이후 Y-Combinator W18 Batch로 들어갔음. 이때 YC 파트너 중 한명이 YC 기수 회사들은 배치 이후 9개월 후 평균 15억 ARR을 낸다 푸쉬를 넣었다고 전해짐. 당시 Vanta는 2억-3억 ARR. 그래도 CC는 본인만의 속도를 찾고 계속 고객만나고 제품을 팔며 회사를 키웠음. (다른 사람의 성장 속도가 압박을 줄 수 있어도 본인의 속도를 찾는게 무척 중요하다.)
CC는 꾸준하게 핵심에 집중했고 21년 고객사 1,000곳 , 150억 ARR 돌파. 그리고 2022년 Vanta는 2.2조 밸류에이션 받으면서 엄청 컸음! 매출도 1500억 넘겼다고 하니 Vanta가 얼마나 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체감되지 않은가. 속도 또한 무섭다. 18년부터 22년까지 매출이 500배…?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그러나 너무나 필요한 영역에서 -1부터 0.01 그리고 2조원까지 성장한 Vanta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사실 0에서 1로 가는 길은 무척 많다. 전세계에서 트위터,레딧,유튜브에서 퍼부어서 쓰고 나누는게 이런 종류니까. 나도그랬고. 그리고 당장 매출 키우고 싶으니까 이런것만 보게 되는것도 사실임.
그런데 계속 제로투원같은것만 보면 나는 이거 왜하지? 뭐하지? 이거 왜 불나게 하지? 어떤 일하지? -1에서 0으로 가는 과정들을 스킵하게 된다. 그리고 대체의 경우 지극히 개인적이기에 잘 공유되지도 않는다. 0에서 1로 가는 과정은 10개 중 1개 성공해서 풀리는거고. -1에서 0으로 가는건 100개 중 1개 겨우 풀린다. Vanta 창업자가 아주 아주 작았던 시작점을 그나마 짤막하게나마 풀어줘서 이렇게 나눌 수 있었음.
Vanta가 카테고리 킬러고 강력한 시장성을 갖춰서 더 파볼수록 다양하게 배울게 많겠지만 오늘만큼은 -1에서 0으로 가는 과정에 대해서 고민해보면 좋겠음. 0에서 0.01을 만드는 과정 또한 배울게 있을것 같고.
무엇보다도
나는 잘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고있는 독자에게는 위로를.
어떻게 하지? 찾고 있는 독자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줄 수 있으면 최고일듯.
고민하다가 뉴스레터 독자들이랑 더 자주 소통하려고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사실 우리 글로 만난지 어느새 1.5년 됐음, 근데 벌써 N년차 부부 느낌인건 왜일까.)
근데 이거 몇년 안써서 잘 모르는데 하던대로 담백하게 하면 되는거 아닌가 싶음. 설렁탕은 안물리니까.
포맷도 다양하게 파란색 하얀색 섞고. 글씨도 직접 쓰고. 가볍게 소비하는 곳인만큼 좀 더 라이트하게 나눠볼 예정. 조만간 또 해외행이라 멋진 사진들도 공유해볼까함.
뉴스레터 언제 나와요? 쫄리게 하는 애독자 겸 대표님을 최근 뵙고 왔는데 이런곳에서 썰 좀 풀면 천사 눈으로 바뀌지 않을까 기도중. (팬들이 가장 무섭다)
아이디는 050.ceo
재밌네요 drop the phone moment
디콰에도 공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