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뉴스레터는 Learning in Public의 개념으로 접근했음. 기술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그 기술을 사용 가능하게 만드는건 비즈니스니까. 배우고 그걸 그대로 나누자는 방향. 글맛은 좋았는지 반응은 좋았음.
1)국내 IT대기업과 플랫폼들의 성공담은 지겹고 2)국내에서 성공담이 나온 후 국내에서 또 적용하는건 이미 열발걸음 느린거니까 그래서 해외 테크 비즈니스만 탐구했다. 실제로 해외가 앞서있기도 하고. 화장품처럼 한국이 압도적으로 잘하는 시장이였으면 그냥 한국 기업이나 제조회사만 공부해도 전 세계에서 앞섰겠다는 생각이고.
그.런.데 이마저도 신물난건 “언제까지 다른 사람 성공한것만 읽을거야?” 라는 갈증. 아는것만 무지하게 많아지고 정보 과부하도 생김. 그리고 국내 뉴스레터 붐이 생겼는지 너도 나도 뉴스레터를 씀. (딱봐도 오래할 분들은 국내에 5명도 안되는것 같다.)
시대가 도와준다 1
두가지 이유로 감질나던 찰나에 때마침 샘형이 OpenAI를 만들어줬네? Cursor도 엄청나네? 그래서 시간내서 코딩을 배웠다. 뇌의 새로운 구조가 열리는듯한 느낌을 받았으나어느 부분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전체 구조를 짜야하는지, AI가 만들어준 코드는 어떻게 검수,연결,보완할지 등등은 아직 헤메는 중. 집을 만드는 벽돌이랑 기둥은 무제한으로 나오는데 집 구조를 짜는건 건축가가 잘하니까.
인터넷에서 흔하게 보는 프롬프트를 넣으니까 홈페이지가 뚝딱나온다!는 정말 수박 겉핥기이고 천명 오천명이 쓸 수 있는 제품까지 도달하려면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지휘자가 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고.그래도 3년전 AI없이 코딩하던 시절보다는 백만배 낫다. (다들 대체 어떻게 한거야? 존경.)
시대가 도와준다 2
배움에는 시간이 필요하니 그럼 배울 동안 해외 파트너를 찾아서 뚝딱뚝딱 해보자. 첫번째 이유는 당연히 비용 절감이고. 두번째는 좋은 엔지니어를 만나도 한국 대기업에서 고연봉주면 잡을 수가 없음. 고연봉을 포기할만큼 더 비전있거나 매력있는 모델도 아니었고. 에어비앤비나 페이스북만큼 거대한 회사를 만들려고 하는건 아니였거든. 세번째는 해외 엔지니어들도 자국보다 높은 돈을 받고 싶어하니까 다양한 곳에서 협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이 구성되었음. 마케팅 어시스턴트 연봉이 $12,000인데 어떻게 안뽑아. 이것도 자국에 비하면 높은 연봉.
한국에서는 베트남 개발자 고용 바람이 살짝 불었던 것 같은데 저 멀리 인도, 아프리카, 동유럽, 남미도 괜찮다. 매우 성공적인 리모트 SaaS 회사들 찾아보니 프로덕트와 엔지니어링은 리모트로 해도 괜찮고 세일즈, 마케팅, 성장 팀은 가급적 가까이에 두더라. 커뮤니티에서 만난 헬스케어 SaaS 운영하는 미국 아저씨는 근무시간 4시간을 겹치게 만들고 운영중이고. 북미 타겟으로 하는 회사는 시간대가 동일한 남미에서 세일즈 팀을 뽑기도 하고.
아무튼 몇달 후 쓸만한 프로덕트가 나왔고 시장이랑 맞짱을 떴다.
한국은 한국 시장에 맞는게 있다.
참 우습게도 해외 버티컬시장만 바라봤는데 한국부터 노렸다. 명백하게 시장에 없던 해결책이니까.그리고 몇달동안 몸빵을 해보니 이제야 알겠더라. 왜 다들 나가려고 하는지. 나간다고 해답이 있는건 아니지만 잘 안되는 시장을 오래 붙잡는것도 미련한 일이니까.
1.어떤 시장이든 일단 선두주자를 보면 내가 어느기간만큼 얼만큼 성장할지 보인다. 한국의 선두주자를 보니, 그리고 그 선두주자들의 영업이익을 보니 그 길을 가고 싶지 않아졌다. (이게 가장 컸다)
2.관찰하며 습득하고, 써보고, 알고 있는 지식들을 100% 활용하기에는 한국만의 장벽이 너무나 컸음. 단편적으로 SEO 콘텐츠를 3년동안 영어로 만들래? 한국어로 만들래? 라고 하면 90%는 전자를 고르겠지?
3.영업망을 강하게 키운 후에 업셀해야 되는 시장. 병원을 전문적으로 짓는 건설회사가 대형 병원 체인과 협약해서 운영 소프트웨어를 끼워서 판매한다. 이런 경우는 잘된다. 그리고 대체로 구독이 아닌 “납품”의 형태를 띈다. 대체로 SI가 된다.
4.작은 회사는 규격화된 상품을 팔아야 규모를 만들수 있다. 그런데 큰 고객의 요청을 거부하는건 대단히 어렵다. 대기업은 그냥 사주지 않는다. 맞춤형을 원한다. SI가 되면 안되는데 매출을 잡자니 고민이 된다.
5.대면영업, 관계영업 의존도가 높다. 서울에 사무실이 있는데 지방까지 내려와 달라는 고객의 요청을 받았다는 모 SaaS회사 대표님의 이야기. 남 이야기 같지가 않다. 대면영업이 효과적이니까 하는거랑 대면영업이 디폴트값인거랑 완전 다른 이야기다.
6.한국시장에 필요해 보이는 프로덕트는 대단히 많다. 그러나 여기에 속지 말자. 해외 진출 생각이 1%라도 있으면 처음부터 나가자.
7.테크회사가 흑자 전환하면 기사가 나온다. 나는 이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기술,인프라투자가 필요한 회사들(AWS, 쿠팡 등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회사는 당연히 흑자를 내야한다. 투자자들 달래는 용도인건 알겠는데 그래도 아닌것 같다.
8.무조건 카테고리 1등을 해야 본전 이상 챙길 확률이 “조금” 더 높다. 해외는 1등 안해도 된다.
9.소규모 엑싯이 꽤 활발한 해외에 비해 한국은 상장 외에는 길이 많지 않아보인다. 구매자도 적다.
10.가격이 정해져있는데 자꾸 흥정하려고 한다. 논리적으로 제안을 주기보다 살살 웃으면서 인간미있게 요구하거나 살살 떠본다. 혹시 되는지? ROI가 보이면 사는거고 안보이면 안사면 될텐데, 소통비용이 크다.
11.뒤쳐져있으니 언젠가는 따라오겠지? 시장이 커지겠지? 음…글쎄. 천장 높이가 정해져 있는 시장같음.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기도 하고. 어떤 일이든 궤도 올라가는데 2-3년 그 이후부터 돈벌텐데 2030년 되면 중위연령이 49.7살이라 한다. 성인 기저귀 시장이나 단체 효도 여행은 잘되겠지만 B2B 테크는 글쎄…
12.시작은 아주 뾰족해야 되는데 좁히고 시작하려니 고객군 모수가 너무 작더라. 메세지를 넓히자니 낭비가 많고.
위의 12개는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이고 내가 100% 틀릴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보면 정말 별로라고 생각이들텐데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잘하고 있는 회사들이 아래처럼 있다.
한국에 맞게 적응을 해도 된다.
1.하이파킹은 현재 주차관리 업체 국내매출 1위. VIG 사모펀드가 인수했고 이후 주차장 24시간 무인 관리 시스템 도입, 사고 관련 보험 대응책까지 만들며 전략적으로 여의도,강남,종로 3대 업무지구에 영업을 시작했음. 인천공항 1여객 터미널 주차 운영사업도 따냈고.
그리고 2019년 휴맥스에 엑싯. 이후 하이파킹은 21년 AJ파크 인수후 2023년 기준 연매출 1700억, 영업이익 110억 넘기는 초대형 주차 운영 기업이 됐음.
2.베스핀 글로벌. 클라우드 컨설팅부터 기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2015년부터 준비한 대단한 선견지명이 느껴지는 회사. 국내해외 매출 4000억 넘겼다는 희소식도 들리고.
3.한국 세법 시장에 맞게 만들어서 크게 성장한 삼쩜삼. 매출 500억에 영업이익도 성장중.
4.이커머스계 할아버지. 카페24도 매출 2700억 넘고. 신흥강자 올웨이즈도 빨리 크고.
공통점이라면 단순한 구독제 소프트웨어 판매 위주가 아닌 B2B 서비스를 먼저 제공했고. 이후에 업셀. 구독제보다 거래금의 일부를 가져가거나 장기 계약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구조. 플랫폼형태의 앱 회사들 성장세가 눈부심.
사실 국내에 툴들이 많아지면 좋다. 나라에서 투자도 많이 하려고 하고. 긍정적이지만 이건 낭만적인 소비자 관점이고. 현실적인 생산자 관점에서는 내수가 작다. 작으니 변화도 느리고.
무엇보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더 큰 시장에서 잘하고 있다.
그리고 똑똑한 사람들이 내린 큰 흐름은 대체로 맞다.
한국에서 하던 노력 6할만해도 팔려요 라는 명언도 직접 경험했었고.
저항이 있으면 물처럼 바위 틈을 찾아 원하는대로 흘러가는게 내 철학이기도하고.
나는 밖으로
한국에서 매출도 났고 고객도 있고 반응도 좋지만 그래도 나가서 깨져보련다. 꿈이 크면 깨져도 그 조각이 크다는 말이 있으니까. (실제로 ICP 규모만 10배이상 커지기도 하고)
검증된 시장에서 목마른 고객들을 찾고 있다. 고립되어있고 아직 건드리지 않는 곳.
스레드에서 본 매출 3천억을 바라보는 떡볶이 브랜드 두끼 대표님의 명언이 생각난다.
"언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하더라도 영어 학원을 해야지. 사우디아라비아어를 한다면 아무리 날고 기어도 한계가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죠스떡볶이, 엽떡, 아딸 등 만들어서 제공하는 분야는 이미 강자들이 존재했지만 즉석 떡볶이는 이렇다 할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레드오션 중에서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알고 있는 지식을 마음껏 레버리지 할 수 있다는게 너무 좋음.
그저 호기심 많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실행하고 있으니 다르고.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판으로 외국 회사 성공담이 아닌 나만의 개고생을 써봤는데
응원은 크게 필요없고 성공하면 성공했다고 알릴테니 그때 축하해주세요.
궁금한게 있음 insighter050@gmail로 이메일 해도 좋음.
그리고 오늘 뉴스레터가 마음에 들었다면 널리 널리 공유❤️
간만에 아주 날것의, 그러나 설득력있는 수필을 읽은 기분입니다. 응원합니다!
앞으로 길 응원합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