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팀을 발견했다. 0-$400까지 324일 걸렸다는 이야기 듣고 씨리얼 팔아서 돈 모으던 에어비앤비 초창기가 떠올랐다.
“저정도로 끈질기게 버티고 월매출 1.3억까지 왔으면…? 여긴 더 크겠구나” 싶어서 자세히 찾아봤다.
Plausible Analytic은 구글 애널리틱스와 경쟁하고 있는 작은 SaaS 회사. 제품 경쟁만 하는게 아니라 Privacy First, Open source, Transparency 를 핵심 모토로 삼고있다. Data First를 외치다 개인정보문제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 구글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같은 분석 툴인데 완전 정반대로 가는 모습이 발칙하고 재밌다.
이상적인 문화와 비즈니스 철학을 갖춘 이 팀 얼마나 잘하나 궁금했다. 결국에는 결과가 중요하니까. 찾아보니 팀은 대략 8명. 외부투자, Paid Ad 없이 $100K MRR, $1M ARR 달성했다. 이렇게 작지만 끈질기게 부딪혀서 매출 내는 곳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
이번에는 클라우드 SaaS Wiz처럼 0–100까지 한번에 간 이야기보다 그 긴 여정을 작게 쪼개서 공유해보려고 한다. 열심히 만들고 있는 개인이나 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시작부터 잘된건 아니다. 첫 월매출 $400 달성하는데 1년 가까이 걸렸다고하니까… 부처님 못지않은 인내심을 갖췄다.
대략 큰 타임 프레임으로 보면
$400–$10,000 9개월
$10,000 — $500,000 10개월
$1M ARR 8개월
2018년 12월. GA를 쓰던 Uku Taht는 다른 툴은 없나하고 고민하다 직접 툴을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GA로 필요한 모든 분석을 하면서 무료로 쓰고 있던 유저들에게 Web Analytic을 돈주고 쓰게 하는 일은 큰 설득력이 필요했다. 유료 서비스들은 프리미엄 모델을 지향하고 있었고. 그래서 Uku는 그 중간 영역에서 작은 사이트 오너들에게 de-Google 하게끔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무료보다 더 편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만들었고 프리미엄보다 경쟁적인 가격으로 제공했으니 좋은 출발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월매출과 시간순으로 성장을 보자.
$118. 2019년 7월 해커뉴스에 블로그 포스트가 실리면서 $118 매출이 났다! 역시 콘텐츠만한 acquisition channel은 없는거 같다.
$433. 2020년 3월 Uku 혼자 만들다가 코파운더 Marko가 합류했다. 총원 2명에 월매출은 $433. 개인적으로 이렇게 작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갖고 팀빌딩하는걸 좋아한다. 같이 일하자고 권할때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할 증거가 있으면 커뮤니케이션은 3배이상 쉬워지는거 같다.
$1,055. 2020년 5월 Opensource .com이라는 곳에서 오픈소스 analytic으로 소개되어 매출이 상승했다. 미디어의 힘…!
$2,844. 2020년 7월 해커뉴스에 또 한번 블로그 포스트가 뜨면서 하루에 35,000명이 방문하고 매출은 두배로 증가한다. $2,844! 나같음 이 포인트에서 콘텐츠 전담을 두고 꾸준히 발행해봤을 것 같은데 아쉽다. 모멘텀의 위력은 정말 크다.
$5,035. 2020년 9월 공동창업자 2명은 각자 첫 월급을 챙긴다. 얼마나 뿌듯할까. 연봉 $100,000과 스스로 만들어낸 $50,000은 무게가 다르다. 1–2년은 격차가 안보이다가 티핑 포인트를 넘기면 벌리는 속도가 달라진다. 주도권과 지분을 가지고 일을 하면 생각, 관점, 계획까지 달라지고 거기에 맞춰서 스킬, 경험도 같이 따라온다.
$11,303. 2021년 1월에 $10,000 MRR 마일스톤 달성한다. 이때까지 팀이 개인적으로 지출한 비용은 $50,000. 매출없이 버티는게 꽤 힘든일인데 팀의 집념이 느껴진다. 이날은 둘다 꿀잠 잤을 것 같다.
$22,290. 2021년 4월 구글이 FLoC 관련 발표를 하고 팀은 빠르게 How to fight back against Google FLoC 라는 제목의 블로그 포스트를 발행했다. 그리고 해당 달에만 16,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키워드 리서치나 검색 볼륨을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만드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 검색 페이지 1등 만들어주는 마케팅 에이전시와 디즈니, 레드불, 유튜브를 비교하면서 생각해보자. 누가 10년 넘게 살아남았고 10년 후에도 살아남을지.
$26,422. 2021년 5월 Google AMP 관련 업데이트를 했다. Google-related contents가 제대로 먹히는 걸 파악한 팀은 Google AMP is dead!라는 콘텐츠로 며칠만에 35,000명의 방문자를 모으게 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legacy와 싸우고 어려움을 딛고 성장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팀도 Clickable하게 콘텐츠 만드는걸 터득한 것 같다.
$29,285. 2021년 6월 로버트를 첫 팀원으로 모집한다. 구글은 CS 평가가 낮은편이다. 해외 광고 에이전시 친구들도, 개인적으로도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했었다. 역으로 Plausible Analytic 팀은 이 시점에서 친절하고 빠르게 본격적인 고객 관리를 시작했다. 큰 회사가 안하거나 못해주는 부분을 잘 다뤄줄때 작지만 꾸준하게 리텐션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월매출 400불 낼때와는 다르게 팀역량도 많이 성장한게 느껴진다.
$35,713. 2021년 8월 Adblocker 관련 블로그 포스트로 또 한번 폭발하게 된다. Web Analytic 쓰는 사람들은 Adblocker를 사용중인 방문자가 웹사이트에 왔을때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놓치게 되는지 상당히 궁금했나보다. 58% of Hacker News, Reddit and tech-savvy audiences block Google Analytic 라는 포스트를 발행하자마자 하루 3만명의 방문자를 달성한다!
콘텐츠는 정말 엄청 큰 지렛대다. Paid Ad로 하루 3만명 모으기 vs 잘 쓴 콘텐츠 하나로 하루 3만명 모으기. 뭐가 더 효과적일까? Alex Becker 글부터 꾸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공오공 뉴스레터를 꾸준히 봐온 애독자라면 이제 정답을 알것 같다.
$42,624. 2021년 10월 500K ARR 달성한다. 이제는 드라마없이 성장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버그 고치고 커뮤니티와 이야기 나누고 새로운 기능 넣고. 빌더라면 모두가 원하는 ideal point가 이 지점이 아닌가 싶다. 롱텀으로 생각하고 조금씩 최적화하는 단계.
$55,411. 2022년 1월 Austrian Data Protection Authority에서 구글 애널리틱스는 GDPR을 위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Alternative 서비스로 너무나 잘 포지셔닝 되어있던 Plausible Analytic 팀에게는 굴러들어온 복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당시 Plausible은 EU-owned cloud infra만 사용중이었던것. 이때legal requirement를 맞춰야했던 고객들 문의가 꽤 있었다고 한다.
$62,769. 2022년 2월 프랑스도 오스트리아 정책에 동의하면서 또한번 매출이 뛰게 된다. 열심히 하는 팀은 온 우주가 응원한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76,312. 2022년 3–4월. 구글에서 중대한 발표를 한다. UA 없애니까 GA4로 전부 갈아타! 라는 청천벽력. 이건 정말 최고의 기회가 아니었을까... 마켓이 어지럽고 모두가 혼란스러운시점에서 팀은 예전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import tool을 소개한다. Import from GA. 울고있는 아이에게 사탕을 보여주면 어떻게 되나 뚝! 그치고 방긋 웃겠지.
그리고 2022년 가을 마침내 월반복매출 $100K. 연반복배출 1M 마일스톤을 달성한다. $0부터 $400까지 1년이 걸렸고 $400부터 $100K까지 2년 6개월 걸렸다.
이런 케이스를 보면 Growth Hacking이라는게 정말 존재하나?라는 의문도 든다. 멋진 피치덱, 대규모 채용, 근사한 오피스, 수백억 펀드레이징 전부 제끼고 8명이 제품과 콘텐츠 2개만으로 노력한 결과다. Tweet Hunter도 비슷하게 성장했고. 복근 만들려면 자주 운동하는게 최고다. 정답은 정공법뿐이라는걸 알면서도 늘 회피하고 딴 짓을 했다면 Plausible Analytic처럼 해보자.
두번째 꼭 모든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어야 하나?라는 의문도 생긴다. +현금흐름이 있고 100% 소유하고 있으니 누구에게도 성장을 강요받지 않는다. 원하는만큼 일하고 원하는 인생을 사는게 더 중요한 거 같은데… Marko와 Utu는 처음부터 원하는게 뚜렷했고 그래서 힘들어도 버티고 해낸 것 같다.
de-Google 이라는 재밌는 모토로 $0부터 성장한 Privacy First Web Analytic SaaS 이야기를 다뤄봤다.
독자 모두에게 좋은 영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콘텐츠로 고객 한명 납치(?)한 사건
파릇파릇한 시절…이제 막 두번째 콘텐츠를 냈을 때였나. 되는시간 대표님이 글을 보고 커피챗을 주셨다.
“팬이에요. 혹시 저희 블로그에 글 써주실 수 있을까요?”
“???”
그렇게 덜컥 일을 시작하고 캘린들리 vs 되는시간이라는 주제로 첫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내 슬랙에 공유된 따끈한 후기…👇
그렇다. 캘린들리를 쓰고 있던 분이 블로그 콘텐츠를 보고 되는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뉴스레터 첫 구독자 100명 생겼을 때만큼 기분이 좋았다.
캘린들리 코리아(?) 관계자 여러분, 이렇게 한분 제가 모셔갔습니다. 카톡 연동만큼 좋은게 없는건 사실이니까요.
초창기부터 오늘 Plaus Analytic 글까지 계속 이야기했다. SaaS에서 콘텐츠 만드는거 정말로 효과 있을거라고. 꾸준하게 쌓아두면 3개월, 6개월 뒤에도 사람들은 계속 찾아온다. Hubspot, Alex Becker, Convertkit 모두 같은 방식으로 성공했고.
그리고 쓰다보니 재밌어서 다른 SaaS 팀들과도 일해보고 싶어졌다.
같이 고객 한명씩 납치해보고 싶은 스타트업
광고 비용 지출없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싶은 팀
제품 열심히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잘 몰라요
모두 좋습니다. 같이 콘텐츠 해보고 싶은 분은 아래 메일로 커피챗 주세요 :) 👇
혹시 일정이 꽉찼다면 insighter050@gmail.com 로 메일 보내주세요 ^_^